JAEIN은 된장, 은행, 우엉 등 한국의 색이 짙은 식재료를 시즌에 맞춰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재료들을 제철에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나라 색이 강한 식재료를 일부러 찾아서 이용한다기보다, 지금 제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하고 맛이 좋은 재료를 찾다 보니 된장이나 은행, 우엉 등을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유럽에서 활동하는 파티시에였다면, 그곳의 환경에서 잘 자라 수확된 레몬이나 헤이즐넛을 이용해 디저트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음식에서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전제로 플레이버와 텍스처로 저의 개성을 표현하지요. 제철 재료에는 다른 재료와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플레이버가 담겨 있습니다. 계절감 있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플레이버를 가장 자유롭고 확실하게 담아내려 해요.
일반적인 제과 테크닉은 물론 요리 스킬을 접목한 색다른 제조법을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년기부터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제 인생 전반에 걸쳐 체득된 경험에서 비롯했어요.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시골에 내려가 가족들과 메주를 띄우거나, 떡을 찌고 옥수수를 삶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죠. 그러면서 한국적인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제 뇌리에 각인됐던 것 같아요. 이후 학사과정을 밟으며 정규 제과 제빵 수업만이 아닌 한식과 양식, 일식, 중식 등을 배우며 다양한 지식을 배양했습니다.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레스토랑 ‘정식당’에서의 근무를 통해, 제과 업계에서 참신하고 색다르다고 평가해 주시는 요리 스킬을 익혔습니다. 정식당의 주방에서는 재료를 다루는 다양한 테크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훌륭한 마인드를 깨닫게 되었는데요. 그중 특히 와닿았던 것은 나무 보다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다채롭게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들이 JAEIN의 디저트로 발휘되고 있지요. 예를 들어, 밤을 메인 재료로 사용한 디저트의 간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볼까요. 디저트의 세계에서 설탕이란 식재료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어느 한 부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부분에 짠맛을 첨가하면 놀랍게도 빈 부분이 채워지며, 다른 구성들의 맛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효과를 위해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저는 조려진 간장을 사용할 것 같아요. 간장에는 밤과 어울리는 플레이버가 담겨 있으며, 소금을 첨가했을 때보다 더 풍부한 감칠맛을 낼 수 있으니까요. 제과 업계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테크닉일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은 시간을 보내온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재료 해석법인 것입니다.
연희동에서 한남동으로의 확장 이전으로 JAEIN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연희동 매장에서는 좋은 디저트를 만들어 포장해 판매하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지금의 JAEIN은 그것보다 더 확장된 ‘식음료(디저트와 음료)’, ‘공간’, ‘사람’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 요소들은 제가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중요하게 생각해 왔는데요. 매장을 확장 이전하며 이 개념을 제대로 구현할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 브랜드의 이념을 담은 디자인이 실현된 ‘공간’, 맛이 좋은 ‘디저트와 음료’, 세련된 애티튜드로 서비스하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여,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JAEIN의 방향성이자 목표입니다.
위의 세 가지 요소 중, JAEIN은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직원 개인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발굴하고, 이를 발전시켜 JAEIN의 방향성과 부합할 수 있도록 충분한 테스트와 트레이닝을 합니다. 한 가지 예시를 들면 JAEIN에는 특별한 연수 문화가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JL디저트바’, ‘온고’, ‘허니비’에 직원들을 연수 보냈죠. 특히 얼마 전 2022 뉴욕 미슐랭에 새로 입성한 원스타 레스토랑 ‘주막반점(Joomak banjum)’에 저희 수셰프가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연수를 보내며 ‘그곳에서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느끼고,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었어요. 사람을 양성함에 있어 중요한 건 ‘내가 금전적으로 투자한 부분을 꼭 회수하겠다’라는 느낌보다, 직원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가게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매장 운영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한남동 매장 오픈 초창기, 커피 대신 칵테일이나 차를 디저트와 매칭해 판매하는 것에 부정적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특히 매장을 이전하며 많은 공을 들인 칵테일과의 페어링은 카페 수요가 몰려 있는 주말에도 3~4잔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죠. 그래서 JAEIN이 공유하고자 하는 식음료, 공간,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저희의 이런 시도를 손님들이 이해하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홀사이즈 케이크, 파르페 등의 테이크아웃만을 위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매장 밖에서도 JAEIN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요.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