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디터의 맛 탐험기_화덕 피자 편

황지온 기자 / 2025-05-28 16:39:11
이번 탐방에서는 서울 곳곳의 화덕 피자 전문점을 찾아 오직 마르게리따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와 조리법 속에서도 각 가게의 기술, 철학, 그리고 개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며 화덕 피자의 진정한 매력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화덕 피자는 전문점이 아니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요리다. 400~500℃의 고온 화덕 안에서 단 90초 남짓,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되는데, 이 짧은 순간 동안 재료를 다루는 섬세함과 불을 조율하는 기술이 모두 결합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화덕 피자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겉은 짧은 시간에 바삭하게 익히되, 속은 수분을 머금은 채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굽기가 더해지면 화덕 특유의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들고 단순한 재료 조합이 고급스러운 풍미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러나 불 조절이 조금만 어긋나도 쓴맛이 강해지며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기에, 섬세한 균형을 요구한다. 화덕 피자는 단순한 듯 보이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우의 완성도 또한 화덕 피자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 기포를 그대로 보존한 채 굽는 것이 중요한데, 이 기포들이 살아 있어야 도우는 가볍고 쫀득한 식감을 가지게 되며 불규칙하게 형성된 공기층이 특유의 부드러운 탄력을 만들어낸다. 반죽을 세게 밀거나 과도하게 다루면 기포가 손상되어 도우 가 단단하고 무겁게 변한다. 결국 훌륭한 화덕 피자는 발효, 반죽, 숙성, 굽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세밀한 기술과 감각을 요구하는,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음식이다.


화덕 피자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는 단연 마르게리따다. 물, 밀가루, 소금, 토마토, 치즈, 바질, 단 몇 가지 재료만으로 구성된 기본 피자로 재료의 질, 도우의 숙성도, 굽기의 정교함, 전체적인 맛의 균형까지 모든 요소가 그대로 드러난다. 화려한 토핑이나 자극적인 맛에 기대지 않고 오직 기본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르게 리따가 맛있는 가게는 다른 종류의 피자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

부드럽게 녹고 쫄깃하게 남는, 목 넘김까지 완벽했던 
스파카나폴리

‘스파카나폴리’는 ‘50 Top Pizza Asia-Pacific 2024’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1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피자 평가 기관이 선정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최고의 피자집 50곳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특히 한국 내 화덕 피자집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미식 평가 기관 감베로 로쏘의 ‘Top Italian Restaurants’ 피자 부문에도 선정되며 단순히 국내에서의 인기를 넘어 이탈리아 현지 기준에서도 정통성을 인정받은 곳으로 평가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스파카나폴리의 화덕 피자는 감히 인생 최고의 화덕 피자라고 해도 될 만큼 인상 깊었다. 마르게리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밸런스다. 치즈, 토마토, 도우 어느 하 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치즈와 토마토, 그리고 반죽의 조화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절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어우러져 하나의 맛을 내며 자연스럽게 목구멍으로 쑬렁쑬렁 넘어갔다. 도우는 쫄깃함이 살아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불규칙한 에어포켓 덕분에 가볍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한입 물었을 때의 식감. 공기가 빠져나가며 가볍게 이그러지는 겉과 속의 촉촉함은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요리였다.

반죽의 부드러운 매력을 극대화한
파르코

성수동 ‘파르코’의 마르게리따는 반죽에 집중한 스타일이 특히 인상적이다. 토마토 소스는 살짝 산미가 느껴지는 타입이지만, 소스의 양이 절제되어 있어 오히려 도우의 부드러움을 더욱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특히 테두리 부분인 코르니초네(Cornicione). 피자 테두리를 부르는 정식 이탈리아어로, 이 코르니초네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도우에 가득 머금은 풍부한 수분감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도우 안에는 고르게 퍼진 에어포켓들이 살아 있어, 가볍고 부드럽다. 탄력보다는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극대화한, 섬세한 반죽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조 각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려 여러 조각을 먹어도 부담이 없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구움정도에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탄맛에 깊은 풍미의 치즈가 부드럽게 녹아 들어 풍미를 한층 더해준다.

감베로 로쏘의 피자 3개 등급을 받은
마리오네

앞서 언급했듯 감베로 로쏘는 이탈리아의 미식 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와인과 음식 분야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은 레스토랑과 피제리아에 별 또는 피자 아이콘을 부여한다. 피자 3개 등급은 피제리아 부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으로, 마리오네 정통 나폴리식 화덕 피자의 기술과 맛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마리오네’는 한국에 서 피자 3개 등급을 받은 유일한 피제리아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토마토 소스는 비교적 양이 많은 편이었으며 치즈 역시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지만, 치즈의 양에 비해 풍미는 강하지 않다. 코르니초네는 에어포켓이 작게 형성되어 있어 공기층이 부풀어 오른 느낌보다는 조밀하고 쫄깃한 식감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재료의 양이 풍부하고 쫀득한 반죽의 식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잘 맞는 스타일의 화덕 피자라고 생각한다.

조명과 인테리어로 완성된
다로베

(다른 가게들은 부팔라 치즈를 사용한 마르게리따를 별도 프리미엄 메뉴로 운영했지만, 이곳은 부팔라 치즈를 사용한 마르게리따만 제공한다.) 단순한 화덕 피자집을 넘어 파인다이닝을 연상시키는 공간 연출로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각 테이블 위에 조명을 비춰 주변 테이블과 자연스럽게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어, 테이블 간격이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오픈 키친에서는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과 서빙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가 어우러져 마치 활기찬 유럽의 어느 레스토랑에 온 듯하다. ‘다로베’ 마르게리따는 토마토 소스가 가장 묽고 풍부 하게 얹어진 스타일로, 산미와 풍미가 강하게 살아 있는 소스 중심의 피자다. 바질은 구운 뒤 추가로 올린 듯 풍성하게 얹혀 있고, 도우는 수분감이 적어 비교적 탄탄한 식감을 주며, 고온에서 짧게 구운 특유의 탄맛도 꽤 진한 편이다. 

화려함 대신 정통을 맛보고 싶다면  
로쏘 192

‘로쏘 1924’는 정통 나폴리 화덕 피자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제 공하는 곳으로, 1인 1피자를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다. ‘나폴리 피자는 비싸면 안 된다. 나폴리 피자는 나폴리 사람들의 생명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부담 없이 제대로 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득 채운 사진이다. 이는 이탈리아 현지의 작은 피자 가게에 들어선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매장 중앙에는 오픈 키친에서 이탈리아 피자 명장이 직접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내고 있어 신뢰감을 더해준다. 피자는 마치 현지 나폴리에서 막 구워낸 투박한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적당한 굽기와 세심하게 다듬은 부드러움보다는 간편하게 들려 먹기 좋은, 거칠지만 매력적인 정통의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


글·사진 차다빈 객원 에디터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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