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그리고 맛있게. 한 조각에 신뢰를 담다 치쿠테 베이커리

황지온 기자 / 2025-05-28 17:23:27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빵. 거리마다 갓 구운 냄새가 퍼지고, SNS 피드엔 오늘 들른 ‘그 빵집’의 후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제된 밀가루와 글루텐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건강을 고민하는 이들의 기준은 까다로워졌고, 그들은 이제 ‘속 편한 빵’을 원한다. 그 흐름의 중심에 선 곳, 도쿄의 ‘치쿠테 베이커리(CICOUTE BAKERY)’를 찾았다

빵이 배우라면, 지금은 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 고 있다. 동시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 구석 한편에서는 정제 탄수화물인 밀가루와 글루텐을 죄악시하는 목소리 또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글루텐 프리 혹은 천연 효모를 비롯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빵집이 속속 출몰한다.


건강한 빵이라는 화두의 가장 중심에 있는 도쿄의 빵집이라하면, 여지 없이 ‘치쿠테 베이커리(CICOUTE BAKERY)’가 떠오른다. 이곳은 가능한 일본산 재료와 유기농을 고집한다. 특히, 매년 농가를 방문하여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료만을 사용한다. 이른바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재료’다.

가게의 휴무일에 바로 옆 건물에서 운영하는 CICOUTE kiosque.
덴마크인들의 주식 루브뢰드(Rugbrød)에 키타무라상이 직접 만든 곁들임 채소.


도쿄 끝자락에 위치한 치쿠테 베이커리의 오너셰프 키타무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치쿠테 베이커리의 오너셰프 키타무라 치사토상 (北村千里)

Q. 치쿠테 베이커리하면 유기농 재료와 천연 효모만으로 만든 건강한 빵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의 치쿠테 베이커리의 빵이 있 기까지 무엇으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공업용 이스트로 단시간에 발효시킨 빵을 먹으면 속이 편치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천연 효모만으로 빵을 만드는 빵집, ‘Levain(富ヶ谷)’의 빵을 접했는데, 소화도 잘되고 몸이 편안했다. 그렇게 천연 효모만을 사용한 빵을 만들기로 방향을 잡았고, Levain의 코우다 셰프의 책을 참고 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빵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천연 효모는 결국 만드는 사람의 균의 영향을 받아 그 사람을 닮은 맛을 띤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Q. 빵이라는 음식이 아시아권에서는 주식으로서 깊게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계속되는 원가 상승으로 웬만한 식사 한 끼에 버금가는 가격대가 되었는데, 앞으로 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원재료 가격 상승의 대부분이 우유와 버터, 초콜릿 같은 부재료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기호식품이 아닌 주식으로서의 심플한 하드 계열빵의 수명이 더 길지 않을까 생각한다. 밀가루, 소금, 효모, 물만으로 만드는 빵이라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밥을 짓는 일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노인분들에게는 이런 심플한 빵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게 관건이다. 나 역시 로우 글루텐 혹은 유산균으로 단백질을 분해해서 몸이 받아들이기 쉬운 빵을 만들려 하고 있다.

단호박과 연근 샌드위치


Q. 라인업의 대부분이 하드 계열빵이다. 단과자빵 혹은 페이스트리같 이 수요가 많은 빵을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본래 내 자신이 크루아상과 단팥빵 같은 달달한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애초에 배울 생각조차 없었다. 물론 개업 당시에는 단팥빵도 없냐며 따지듯 묻고는 그대로 돌아서는 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 빵은 맛있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맛의 판단이 명확히 서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떤 크루아상이 ‘맛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쉬워하는 손님도 많지만 그것은 내가 작위적으로 포용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본다. 결국 내가 먼저 좋아해야 손님도 그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제빵사는 꽤나 힘든 직업군에 속한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빵을 만들어왔던 동력이 있는지? 매일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물론 여러모로 힘든 직업이다. 그럼에도 빵을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가 나의 동력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빵은 발효에 따라 매일 다른 모 습을 보인다. 그 지점을 파악하고 오늘은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상태의 빵을 구워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즐긴다. 또한 빵을 만들며 그것을 고르는 손님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힘이 난다. 나라는 사람도 빵을 통해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쁠 따름이다. 


Q. 자국산 재료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확히는,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원재료 사용을 추구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 혹은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가 안심하고 자신 있게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 있다. 직접 농가를 방문해 작물이 자라나는 환경과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 재료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히 빵을 만들 때에도 손놀림이 더욱 정성스러워지는 걸 느낀다. 성심껏 마음을 담아 만든 빵은 반드시 손님에게도 전해진다고 믿는다. 그것은 실제로 빵에 배어들 수도, 혹은 가게 분위기에 스며들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맛에 영 향을 끼친다. 또한, 생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기에 매해 다른 농작물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맛있게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농가가 없다면 빵도 존재할 수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을 후원하고 싶다.


Q. 앞으로 10년 뒤 치쿠테 베이커리가 손님들에게 어떤 빵집이었으면 하는지?
산책을 하다 가벼운 걸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미약하게나마 자그만 거점으로 지역 사람들을 잇는, 일상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안심하고 찾는 그런 빵집이었음 한다. 


더 이상 빵이 건강하다고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음식이기에 무엇보다 맛있어야 한다. 맛있는 빵은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진다. 강렬한 파도처 럼 직관에 휘몰아치는 빵이 있는가 하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스며 들듯 다가오는 빵이 있다. 치쿠테의 빵은 호수의 잔잔함을 닮아 있다. 격렬히 호소하는 빵이 아니라, 차분히 느껴져 오는 빵이다.

글·사진 백결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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