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뒤바꾼 한 조각의 빵, 장고

황지온 기자 / 2025-05-28 17:34:08
우리는 때때로 어떤 음식이 우리의 취향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경험을 한다. 드립 커피의 쌉싸름함을 즐기게 해준 커피 한 잔처럼, 바게 트와 통밀빵을 좋아하게 만든 한 조각의 빵처럼. 그리고 나에게 그런 변화를 가져다준 곳이 있다. 바로 ‘장고(Django)’다.

스스로의 기호(嗜好)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과장하자면 ‘혁명적’이라 할 만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그저 떫고 시큼하기만 했던 드립 커피 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 ‘글리치 커피 앤 로스터스(Glitch Coffee Roa sters)’ 같은 곳. 빵집도 마찬가지다. 바게트를, 그리고 통밀빵을 좋아 하게끔 만들어준 곳들. 그중에서도 나의 많은 취향을 바꿔놓은 곳이라 면 단연 ‘장고(Django)’가 먼저 떠오른다. 장고의 빵을 통해 빵과 더욱 가까워졌다.

하마초는 오피스상권도 겸한 지역으로 점심시간이면 회사원들이 늘어선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음식이 우리의 취향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경험을 한다. 드립 커피의 쌉싸름함을 즐기게 해준 커피 한 잔처럼, 바게트와 통밀빵을 좋아하게 만든 한 조각의 빵처럼. 그리고 나에게 그 런 변화를 가져다준 곳이 있다. 바로 ‘장고(Django)’다.

비트부터 직접 로스팅한 비트빵의 불그스름함이 식욕을 자극한다.


장고는 2010년 에코다에서 시작해 2019년 하마초로 이전했다. 카와 모토상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두 사람의 이력부터 눈에 띈다. 디자이너였던 소이치로상과 유치원 교사였던 나츠코상. 그들의 지난 시간이 반영된 듯, 장고의 빵은 세련되면서도 절묘한 맛의 균형을 이루고 마치 아이를 포근히 안아주는 듯한 다정함이 묻어난다. 장고의 빵을 맛보며 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빵이 같은 빵은 아니라 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카와모토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고의 오너셰프 카와모토 소이치로 (川本宗一郎)

Q. 장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직원들의 팝업 이벤트였다. 매장 휴무일에 스태프들이 자신만의 빵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기회 를 갖던데, 어떤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나?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적을 두고 있는 곳의 기술을 익히면 터를 옮겨 다음 스텝을 밟고자한다. 허나 가게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오래 머무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 단순한 급여 인상을 넘어 일하는 데 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빵집 간 교류가 활발해 하루 이틀 연수를 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한 갈망은 그것으로 해소하고 장고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빵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날만큼은 자신의 가게라고 생각하며 어떤 빵을 만 들지, 판매 직원은 몇 명을 둘지, 심지어 매장 분위기를 위한 BGM까 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자신이 만든 빵을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경험 과 그 일련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큰 자산이 된다. 매출도 나누니, 가게와 스태프 모두에게 상부상조인 셈이다.


Q. 일본은 여전히 오랜 경력을 쌓은 후 가게를 차리는 것이 정도(正 道)다. 자신의 가게를 갖기 적절한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오늘날처럼 정보 공유가 활발한 시대에서 반드시 오랜 경험을 쌓아야 만 가게를 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빵을 구현할 지식과 기술, 그리고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충분하다. 다만, 젊은 제빵사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체력이 있을 때 미친 듯이 일해보라는 것이다. 젊음은 다양한 경험과 빠른 습득을 가능케 하고,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기다.

비트빵에 오리고기를 끼워 넣은 샌드위치. 가장 장고스러움을 대변하는 빵이지 않을까.


Q. 도넛, 베이글 등 전문점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점 혹은 화려한 외형이 중심이 되는 곳들 이 유행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활발한 정보 공유 덕분에 빵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다. 과거에는 폐쇄적인 업계 분위기 속에서 차별화된 기술과 지식이 우위를 점했다면, 지금은 그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 다. 그동안 일본은 기본적인 빵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지만 최근에는 빵의 맛뿐만 아니라 가게의 콘셉트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단순히 결과만을 모방하는 것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까지 이해한 뒤 자신만의 빵을 만들었으면 한다.

Q. 저출산과 노동 강도로 인해 제빵업계 역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긴 근무시간과 낮은 급여가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을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그릇된 관습들이 개선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움직임이 독려되어야 한다. 특히 여성 제빵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누군가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제 역할을 다하면서 빵을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이 될지, 우리 역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건너편 유명 카페 ‘싱글 오(Single O)’의 커피를 이용한 데니쉬.
회사원들의 아침과 점심을 위해 다양한 샌드위치도 선보이고 있다.

지금, 일본도 한국도 맛있는 빵이 즐비하다. 허나 그저 ‘맛있다’는 감상을 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하는 힘을 가진 한 조각은 흔치 않다. 때로는 싫어하던 재료마저 맛보고 싶게 만드는 곳도 있다. 그곳이 라면 왠지 다르게 표현했을 것 같다는 믿음에서. 장고는 내게 그런 곳이다. 싫어하던 맛에 용기를 내게 만들고, 되려 그 맛에 눈을 뜨게 해 준 한 조각이 기다리는 곳 말이다.


글·사진 백결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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