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대한민국 제과명장 1호 박찬회 명장

베이커리뉴스 / 2024-09-24 15:24:47
생계를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던 한 소년은 어느날 버터빵 한 조각을 맛본다. 작은 버터빵 하나는 소년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지폈고, 매일 밤 작업대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년은 오랜 노력 끝에 ‘대한민국 제과명장 1호’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인생을 바꾼 버터빵 한 조각

어린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철공소에서 일을 했던 박찬회 명장. 하지만 야간 일을 하던 중 손을 다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철공소를 관뒀지만 가난했기에 일을 쉴 수 없었고, 전기상회 조수로 일하게 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을 설치하기 위해 한 제과점에 방문한 그. 일을 마치자 주인은 감사의 뜻으로 그에게 버터빵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그 버터빵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어요.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봤다니까요(웃음). 그 빵이 제과 인생의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도 그 맛이 새록새록 떠올라 빵집에서 버터빵이 보이면 덥석 사고 만답니다.” 빵의 매력에 푹 빠져든 그는 1967년, 당시 3대 제과점이었던 ‘뉴욕제과’에 입사해 본격적인 제과 제빵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잠보다 빵이 먼저

모두가 잠든 기숙사, 박찬회 명장은 몰래 작업장으로 나와 연습을 시작했다. 짜주머니에 버터 크림을 담아 꽃을 만들고, 글씨를 써내려갔다. 이렇듯 잠을 줄여가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손님들이 케이크에 글씨를 써달라고 하면 보통 공장장이나 부책임자가 하는데 그날 두 분 다 자리를 비웠어요. 모두들 주저하는 와중에 제가 해보겠다고 나섰죠. 전 밤에 몰래 연습하곤 했으니까 자신이 있었어요.” 그렇게 항상 잠보다 빵이 먼저였던 그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견고한 기술을 쌓아갔다.

 

노력과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1986년과 1988년에 개최된 ‘서울국제빵·과자전’에서 박찬회 명장은 2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매일 게을리하지 않았던 노력과 열정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특히 1988년 당시, 그의 작품 ‘경복궁’은 기왓장, 무늬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섬세한 표현력과 가야금 연주자와 장구 연주자 등 정교한 사람 모형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대회 이후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은 그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과 제빵 트렌드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연수를 떠났고,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프랑스 대회에 출전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전한거라 소통도, 연습도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필립’이라는 친구가 많은 도움을 줬죠. 매장을 빌려줘 현지에서 연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대회 당일, ‘영화’라는 주제가 발표됐고, 쉼없이 연습을 거듭했던 박찬회 명장과 팀원들은 물 흐르듯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5위’라는 훌륭한 결과를 가져왔다.

 


30년만에 가진 ‘명장’의 공간

뉴욕제과 10년, ‘명보제과’ 10년, ‘김충복 과자점’ 10년.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박찬회 명장은 자신만의 매장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수많은 제품 중 특히 ‘화과자’에 집중했다.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색감과 모양, 달콤한 맛은 고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점점 유명세를 타 전국 유명 백화점에 12개 매장을 열게 됐다. 뿐만 아니다. 첫 매장을 오픈하고 5년 후 그는 ‘대한민국 제과명장 1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내대회, 세계대회 등 그간 노력했던 일들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 기분이 너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웃음).” 명장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는 노력과 열정을 마음 속 깊이 간직했다.

 

또 다시 뿌려진 열정의 씨앗

오랜 시간 쉼없이 달려온 박찬회 명장. 현재 박찬회 명장은 화과자 공장을 정리한 뒤 아내와 함께 전라남도 순천에서 또 다른 일을 기획하고 있다. 바로 ‘농촌 체험’이다. “손님들이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그것을 이용해 앙금을 만들고, 화과자를 완성하는 곳을 만들 계획이에요. 현재 완벽한 공간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순천의 명물인 곶감부터 고구마, 버섯, 포도, 키위 등 자연에서 길러낸 그의 농산물은 하나같이 건강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오랜 시간 화과자 하나만 바라보고 왔어요. 화과자를 만들 때마다 엄청난 성취감을 얻곤 했죠. 지금은 그때와 달리 여유로움을 느끼며 또 다른 성취감을 얻고 있어요. 저의 새로운 시작인 거죠.” 인터뷰 마지막, 박찬회 명장의 말에 마음 한 구석이 함께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베이커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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