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 닦으면 언젠가 진가를 보일 기회가 옵니다."-대한민국 제과 명장 7호 안창현

박혜아 기자 / 2024-09-24 17:20:11
‘꽃중년’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는 안창현 대한민국 제과 명장은 올해로 창립 31주년을 맞이한 ‘안스 베이커리’를 이끄는 수장이다. 그의 서글서글한 미소 뒤에는 웬만한 중견기업 규모의 베이커리를 만든 집념이 있다. ‘경험만큼 훌륭한 지식이 없다’고 말하는 안 명장은 늘 불안정한 환경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경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며 오늘날의 안창현 명장과 안스 베이커리를 만들었다.


1960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창현 명장은 작은 당과점을 운영하는 먼 친척의 가게에 놀러가는 것이 낙이었던 소년이었다. “그 집에 가면 사탕을 만들다가 망친 자투리나 부스러기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그러면서 그 까까머리도 느꼈던 거죠. ‘아 내가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최소한 굶거나 배고프지는 않겠다’라는 걸요.” 중학교를 졸업한 소년은 겨우 16살의 나이에 일찌감치 본인이 걸을 길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검정고시로 따기로 결심하고 한국제과학교에 입학한다.

1974년에 제1회 졸업생을 배출한 한국제과학교는 문교부(현재 교육부)로부터 인가받은 제과 제빵 교육기관이었다. 박찬회 대한민국 제1호 제과 명장, 베이크플러스 김웅일 고문, 한영기업 한상영 대표 등 현재 국내 제과업계에 획을 그은 전문가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본인을 굶기지 않을 것 같았던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는 것은 즐거웠다. 하지만 실습으로 나간 현장의 환경은 열악했고 근무 시간 역시 지금과 다르게 많이 길었다. 힘들어 하는 그에게 홍행홍 당시 제과학교 이사장은 “힘든 날을 조금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니 기술을 갈고 닦으라”고 북돋았다.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안 명장에게는 큰 힘이 되는 메시지였다. 사실 그 힘든 일을 선택한 건 본인이었기에 책임을 지고 싶었고, 뻔한 만큼 당연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안스 베이커리 직원들도 깨닫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계발했으면 좋겠어요. 안스는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직원들에게 학비를 지원합니다. 이 제도를 통해서 안스 임원들은 졸업장을 땄고 여러 학교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던 선순환적인 모습이에요.”

 

빠른 판단력과 힘든 환경에서의 적응력이 뛰어난 그는 제과학교 졸업 후, 제과점에서의 근무와 학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모두 경험해본다. “당시 국내에 3대 사설 제과학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대한제과기술학원에서 3년 정도 학원 선생을 했어요. 그런데 빨리 내 거를 더 개발하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학생들과 헤어질 결심하고 일본으로 기술을 배우러 떠났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교토의 ‘시즈야 제과점’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6시, 연장 근무가 있을 때는 저녁 8시까지 일하는 일본의 기술자들을 보면서 장인 정신을 느낀 것이다. 그 역시 그들과 같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한 후에는 본인의 것을 만들기 위해 학원에서 공부했다.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고 4시간 자는 일상을 1년 동안 반복하다 보니 정신력이 생겼다. 그리고 ‘이 정도 정신력이면 한국에 돌아가서 내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라는 자신감을 낳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안창현 명장은 1993년, 인천 구월동에 3평 남짓한 안스 베이커리(이하 안스)를 오픈한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빵집 문을 열고 정확히 아침 8시에 매대를 빵으로 가득 채운 후 한숨을 돌리며 앞마당을 쓸었다. 성실한 젊은 사장님의 모습은 동네 주민들, 특히 아이들을 등교시킨 어머니들에게 크게 각인됐다. 구월동 주민들에게 빠르게 스며든 안스는 점포를 하나 둘 늘리며 확장하기 시장한다. 오픈 초기에는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매장이 커지면서 안 명장은 분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모두 본인 혼자 모든 걸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야채나 과일이 많이 필요한데, 인건비를 주고라도 농산물 구입 담당 직원을 써서 재료를 저렴하게 들이는 게 훨씬 비용 절감이 되더라고요. 전체를 보기 시작하니 역할을 나누고 조직을 갖추는 일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경험을 통해 시스템화의 필요를 느낀 안 명장은 지점을 늘려가면서 생산의 중심이 되는 메인 공장을 갖췄고,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20평으로 시작한 공장은 현재 800평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 중이다. 즉 공장과 11개 지점의 재료 및 재고를 데이터화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안스 베이커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생 롤케이크.


작년 안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전 직원이 참여한 창립 기념행사를 열었다. 또 30주년 기념빵 사내 공모전을 열어 선정된 레시피 3개를 상품화하고 직원에게 포상했다. 안창현 명장은 300명이 넘는 베이커리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에는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혼자라면 못했을 겁니다. 안씨 두 명이서 만든 안스라는 브랜드는 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또 고맙게도 2세들이 안스 조직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 든든합니다.”

안스 30주년 행사 모습.
안스 형제.


안창현 명장은 다양한 브랜드와 기술 협력을 하며 국내 제과 시장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일례로 안 명장은 최근 업사이클 푸드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마루비시, ㈜호수와 협력해 밀기울과 미강으로 만드는 식빵을 출시했다. 밀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분을 재활용하는 것인데, 오히려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이 풍부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베이커리 시장은 매출 10조 정도의 시장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매년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고요. 성장은 좋으나 기술자들이 트렌드에 너무 휩쓸리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본인의 것을 업그레이드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은 칼과 같아서 늘 갈고 닦지 않으면 무뎌집니다. 자신을 믿고 미래를 준비하세요. 그 진가를 발휘할 기회는 반드시 올 겁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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