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디저트” - Chef 주회찬

박다솔 기자 / 2024-09-24 17:18:58
젊은 감각을 가진 셰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영N스윗’. 새로운 맛의 경험을 부여하는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디저트를 꾸준하게 만드는 주회찬 셰프입니다.


셰프님의 베이킹 인생이 궁금해요.

디저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대학교에 진학한 후 였어요. 20살에 조리학과에 들어가게 되면서 제과 제빵 수업을 듣게 되었고 일본인 교수님께 수업을 받았는데 그때의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수업 내용은 물론이고 밀가루마저 아기처럼 다루는 모습까지 인상 깊었죠. 그럼에도 ‘디저트는 정확한 계량이 생명’이라는 사실에 이 분야는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1그람 가지고도 결과가 바뀐다는 것이 너무 융통성 없어 보였거든요. 그렇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복학 후 다니던 대학교에서 고류 과정으로 ‘INBP’라는 프랑스 제과 제빵전문 학교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요리사이면서 디저트도 할 줄 알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거든요. 1년 정도 디저트 쪽에 투자를 하면 나중에 업장에서 실제 근무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이 프로그램이 1년간의 제과 제빵 수업이었는데 그 수업을 들어보니 디저트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2년 전과는 다르게 내가 생각보다 디저트가 잘 맞는구나 싶었죠. (수업은 현지 수업과 동일하게 진행된 건가요?) 현지 수업내용은 물론이고 현지 교수님들이 직접 한국에 오셔서 수업했어요. 그때까지도 디저트로 완전히 전향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후 첫 직장을 다니며 디저트에 한 발짝 더 다가갔죠.

셰프님의 취업 후 스토리도 알고 싶어요.

직장은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이었어요. 코스요리를 주로 다뤘고,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가 나가는 업장이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직원들 중 저만 유일하게 디저트를 다뤄본 거예요. 자연스럽게 제가 거의 디저트 파트를 도맡게 되었어요. 그때가 디저트를 스스로 공부하며 집중해서 개발하는 첫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흥미로웠고 본격적으로 디저트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잊지 못할 인생 디저트가 있나요?

주회찬 셰프가 촬영한 ‘무가리츠’의 ‘초콜릿’.

예전에 한 달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이라는 지역에서 단기연수로 지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방문했던 빌바오라는 도시의 레스토랑인 ‘무가리츠’에서 먹었던 초콜릿이 인생 디저트에요. 카카오 함량에 따라 초콜릿을 7단계로 분류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달콤한 맛이 느껴지게 했더라고요. 어떤 초콜릿에서는 과일향부터 다크한 흑설탕 맛까지 느껴지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든다고 만들어왔지만 이게 진짜 디저트구나 싶었어요. 재료의 원초적인 느낌, 그 자체가 주는 맛이 너무 좋았죠. 초콜릿을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셨는데 어떤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을 때보다 더한 감동을 느꼈어요. 그때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건들지 않는 것이 가장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후로 저는 조금 더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그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디저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스트우드’ 오픈기가 궁금해요.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에서 근무하던 당시 제가 정말 존경하고 너무 좋아하는 파티스리가 있었어요. 그분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디저트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면접 준비 중이었죠. 그러다 호주에서 커피를 하다 귀국한 지인이 한국에서 카페를 내고 싶은데 어떤 디저트를 하면 좋을지 물어왔죠. 가벼운 미팅이라고 생각하고 전 신나서 당시 유행하는 디저트부터 다양한 디저트까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는데 그 미팅 자리가 끝날 때가 되니까 물 흐르듯이 제가 오픈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더라고요. “다음 미팅은 언제로 잡을까요” 하고 있고(웃음). 그때 근무 끝나고 새벽까지 따로 메뉴 개발하면서 매장을 준비했어요. (엄청 열정적으로 준비하셨네요.) 돌이켜보면 정말 쉼없이 달려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스트우드’ 도림점을 오픈했고, 벌써 3년차인데 지금도 너무 재미있어요. 처음 오픈했을 때는 ‘하루에 딱 10만원만 팔아보자, 안 팔리면 투잡 뛰지 뭐!’ 였는데 다행히도 동네에서 인기가 꽤 있었죠. 그 근방에서 갸또를 판매하는 매장이 거의 없었고 배달하는 매장은 더욱이 없었는데 시기적인 흐름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장을 열었으니 동네분들의 ‘사랑방’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서 감사해요. 처음에 그 동네에 가게를 내겠다 했을 때 부동산에서도 ‘왜 굳이 그쪽에서 하려고 하냐, 젊은 사람들이 객기다’ 하셨지만 지금은 가게 놀러 오셔서 저희와 놀다 가곤 하세요. 도림점에 이어서 최근에 망원점도 오픈하며 조금 더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 행복합니다. 


디저트를 제작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세요?

직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 라는 생각이 가장 커요. 그게 지금 매장에서 판매하는 피낭시에, 마들렌, 밀푀유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피낭시에를 가장 좋아하는데 지금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타르트에는 틀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디저트를 만들다 보니 후에 점점 막히더라고요. 그런 틀에서 많이 벗어나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고집이 어느정도 필요할 것 같네요.) 사실 매장 오픈 초반에는 사람들의 말에 많이 휘둘렸어요. 내가 맛있더라도 “이건 좀 바꾸는게 낫지 않아?” 같은 말을 듣게 되면 내가 좋아도 내놓지 못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찌 보면 조금 고집스럽기도 하고 저만의 줏대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자신 있게 손님에게 이게 맛이 있다고 말 할 수 있어야 맞다고 봐요. 


셰프님의 최애 디저트가 궁금해요.

베린 너츠 바닐라

현재 이스트우드에서 선보이고 있는 ‘베린 너츠 바닐라’라는 베린 디저트예요. 이걸 만들 때에도 피낭시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찾는 메뉴였어요. 그래서 ‘이걸 활용해 다른 디저트를 만들어 봐야겠다’했고 ‘틀에 갇히지 않고 맛있는 거 다 올려서 먹어보자’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피낭시에, 화이트 가나슈 몽떼, 프랄리네, 푀유틴, 캐러멜, 로스팅 너츠 같은 모든 요소들을 한데 모아서 먹었더니 너무 맛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담지 싶었다가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던 쿠키 케이스에 차곡차곡 넣어봤더니 베린이었죠. (생각보다 단순하게 만들어졌네요.) 맞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품들이 거의 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오히려 심혈을 기울인 제품들이 그만큼의 반응이 없었던 경우도 있죠. 지금은 제품 개발할 때 너무 고민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앞으로 새로 만들고 싶은 디저트가 있나요?

그동안 클래식하고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 위주로 만들다 보니 선보이는 제품들의 스펙트럼이 좁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수 같은 허브 류나 디저트에 주로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들을 활용해서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찌 보면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면이라서 그 틀을 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궁극적으론 실험적인 재료들로 대중적인 맛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죠. 막상 쉽게 도전하기란 어렵지만 1년에 1~2 제품 정도 실험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계속 노력해서 다듬어봐야 할 것 같아요. 


나에게 ‘디저트’란?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장난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저에게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예전엔 그것 나름대로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스트레스였지만 생각해보니 저는 디저트를 만들면서 흥미를 느끼고 스트레스도 풀고 있더라고요. 물론 창작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요. 디저트를 만들고 먹는 것 자체가 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원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고 시도하는 편이에요. 디저트가 제 일이기도 하지만 장난감 같은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저에게 디저트는 확실히 생계수단 그 이상이에요. 


셰프님만의 강점과 보완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만의 강점이라고 하면 기본에 충실한 디저트를 잘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아무래도 여러 방면으로 응용하기에도 좋고요. 다양한 디저트를 하더라도 기본기가 잘 잡혀 있어야 오랜 기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완할 점이라고 하면 기본뿐 아니라 기본에서 파생된 새로운 디저트도 앞으로 더 많이 도전해 봐야하지 않나 싶어요. 익숙함에 젖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디저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디저트를 만들고 싶으세요?

제가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종종 생각해 봤는데요(웃음). 저는 마지막 날에 ‘딸기 프레지에’를 만들고 싶어요. 프레지에를 맛있는 딸기도 듬뿍 넣고 테이블 크기만큼 진짜 크게 만들어서 가족과 친한 지인들과 함께 퍼먹고 싶어요. 작년 재작년에 프레지에를 그렇게 많이 만들었는데도 저는 만들고 포장만 했지 소중한 사람들과 직접 나눈 적이 없더라고요. 제가 만든 디저트를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누면 인생 마지막날 굉장히 뜻깊고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셰프님을 추천해주세요.

저는 얼마전까지 ‘쌍쎄흐’를 운영하시다 용산구에 새로 매장을 오픈한 ‘페이킨’의 이유진 셰프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유진 셰프님의 구움과자는 항상 주위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하는 디저트 중 하나예요. 디저트에 많은 열정을 가지고 만드시는 분이라 월간<베이커리>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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